지금은 바르셀로나. 마지막 날을 즐기는 중이다. 이제 한두시간 후면 시칠리아의 팔레르모에 도착한다.
오랜만에 블로그를 작성하면서 갑자기 ‘암인유럽’을 외친다. 그야 출국 하루 전까지, 아니 몇시간 전까지 일을 했기 때문이다. 약속된 리프레시 휴가 계획을 올리고도 보름은 더 일했다. 휴가를 빙자한 재택근무.
그렇게 어찌저찌 속 시원한 마무리는 못 하고 출국을 했는데 이튿날까진 마음이 영 불편했지만 한국가서 책임지기로 했다. 당장은 여행에 집중하기로.


자, 일단 비즈니스다. 어떻게 타게 된 건진 혼자만의 비밀에 부친다.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아시아나 비즈니스를 질렀다. 떠있는 카드값이 너무 무서워서 선납도 했다. 모두가 부러워라하는 유럽 비즈니스. 나는 유럽이라 너무 비싼가 했더니 유럽이니까 타는 거라 하더라고요. 당연하다. 15시간 이코노미 보통일은 아니리라... 애초 계획은 쪼개서 경유하기였으니.

이미 체크인을 했는데도 종이티켓을 줄지 물어보신다. 예... 가보로 남길 겁니다. 코팅해서 벽에 붙일 거다. 친절하게 라운지도 안내해주신다. 대한항공 라운지를 함께 쓴다. 그냥 가까운 곳으로 들어갔는데 라면박물관이 있다. 떼잉... 라면 안 좋아하는데. 그럼에도 신나서 와인 마시고, 하이볼 마시고, 식사를 한다. 웃긴 말인데 이상하게 공항 라운지를 가면 어른이 된 기분이 든다. 서른네살이 하기엔 너무 빈~한 말이지만, 뭔가 기분이 그래. 매직패스 승차감 느끼며 비즈니스 탑승. 듄1,2가 있길래 정주행 시작.







전채요리와 메인 디시, 디저트와 와인. 도와줘 친구들아! 외치고 마지막으로 받은 메시지 덕에 마셔야 할 와인 목록도 받았다. 무용하게도 모든 와인을 다 마셨다. 샴페인 빼고. 개인적으로 샤르도네가 좋았다.


먹고자고 먹고자고... 듄 보고... 와인 주세요 하니 간식거리도 준다. 과일에 또 술. 또 자니 또 밥 나온다. 한식할 걸. 잠결에 양식을 외쳐버림. 돼지사육이 따로 없다. 그럼 저는 행복한 돼지 할래요. 아, 비즈니스. 비행 시간이 15시간인 걸 잊게 해준다. 연예인들 그렇게 여기저기 어떻게 가나 했더니, 비즈니스 타면 20시간까진 가능할 듯. 비즈니스 타고 오니 바셀 도착해도 시차 적응도 필요 없다.



바로 한인민박 입성하고 람블라 거리로 향했다. 기내식 돼지 사육 당한 지라 배는 안 고프고 정처 없이 걷다가 유튜브에서 본 클라라 마시고 싶어서 동네 호프집 같은 곳으로 향했다. 하필 축구 중이네... 주문 받아줘 청년..!

아수운 맘 뒤로 하고 일찍 하이 이튿날. 컨디션 걱정해서 가우디 투어를 삼일차로 잡았는데 둘째날 했어도 무방했을 듯. 그리고 이것이 불행의 시작. 불행까진 아니고 연식 생각 안 하고 풀악셀 밟은 30대의 고난.

비행기에서 하루종일 자서 그런지 눈이 일찍 떠져서 일찍하이 출발했다. 가는 길에 연 카페가 보여 일단 입장. 무뚝뚝한 듯 친절한 직원분과 아이스는 찾아볼 수 없는 커피와 막 고른 빵.
Café Florida · Carrer de Balmes, 4, Eixample, 08007 Barcelona, 스페인
★★★☆☆ · 커피숍/커피 전문점
www.google.com


빵, 차원이 달라 까진 아니고 뭐 별 거 안 들어간 거 같은데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라 보케리아. 8시쯤 도착했는데 아직 한창 오픈 준비 중인 곳이 많았다. 핀터레스트에서 보던 그 로컬 마켓 감성이 그대로.



몬주익 성까지 버스 안 타고 걸어보렸다. 쪼리를 신고. 이유는 가는 길에 들릴 음식점이 있어서. 근데 문 안 열음. 아무튼 라 보케리아 시장 구경하고 흥이 나서 몬주익 등반하다가 쓰러질 거 같아서 중간에 대피소 같은 바에 들려 맥주 한 잔 했다. 상은이가 관악산이녜...


그리고 가까스로 몬주익 등반 완료. 뷰 맛집이래서 굳이 몬주익 성에 입장은 안 했다. 근데 이게 웬 남동공단 뷰. 오히려 케이블카를 탔다면 더 화가 날 뻔 했다. 다이어트한 셈 치자.



그리고 찐 목표는 몬주익이 아닌 카탈루냐 미술관이었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 열심히 오르고 이번엔 열심히 내려가서 카탈루냐 미술관에 도착했다.

바르셀로나 박물관 통합권 - Articket: 줄 건너뛰기 입장 | Trip.com
이 줄 서지 않는 관광 패스를 가지고 3개 박물관의 입장권 비용으로 바르셀로나 6개 미술관에 빠르게 입장하세요.
kr.trip.com
가우디 투어 외에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은 터라 뭘 해야 하나 고민하던 때, 꼭 가고 싶던 피카소 미술관을 알아보다 발견한 바르셀로나 아트패스다. 카탈루냐 미술관, 피카소 미술관, 현대미술관, 호안 미로, 안토니 타피에르, CCCB 총 여섯 개 미술관에 입장할 수 있는 패스권인데 세 개만 입장해서 이득이고, 나는 카탈루냐, 피카소, 현대미술관을 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구매.


패스는 입장 가능한 모든 미술관 인포메이션에서 수령 가능하다. 그냥 바우처 제시하면 도장까지 찍어서 티켓과 함께 준다. 스탬프 투어... 코리안을 환장하게 만드는 무언가.
카탈루냐 미술관은 중세부터 근대까지 연대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이다. 국립미술관이라는 이름에 지역색을 기대했지만 마주한 건 종교색이었다. 중세 유럽에서 예술은 종교를 위해 존재했다는 게 과언은 아니구나.




위 그림들을 보자마자 인터넷에 한참 돌았던 밈이 떠올랐다. 아기가 기묘하게 기분 나쁘게 생겼다면 고딕~초기 르네상스라는... 맞아요. 그때의 아기들은 아기가 아닌 다른 무언가였던. 하지만 임팩트는 강력하다.

중세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왠지 민속적인 작품들을 기대했다가, 막상 익숙하게 알고 있는 유럽의 종교화가 가득해서 당황했지만 되짚어보니 스페인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제국! 이번 여행의 전시는 지피티와 제미나이의 도슨트와 함께했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확실히 배울 것도 많고 알게 되는 것도 많다. 얘네 없었으면 어떻게 여행 했나 몰라...




이제 밥 먹을 시간. 메누 델 디아 먹으러 로컬 맛집을 향했다. 몬주익에서 멀지 않은 산츠몬주익 지구라 또 다시 걸어감... 2만보 루트.
Restaurant Bar Celona (Poble Sec) · Carrer del Poeta Cabanyes, 30, Sants-Montjuïc, 08004 Barcelona, 스페인
★★★★★ · 스페인음식점
www.google.com
메누 델 디아 Menu del dia는 스페인식 '오늘의 정식'으로 점심시간에만 제공된다. 전채 요리, 메인 요리, 디저트와 음료가 포함된 세트메뉴로 물가 비싼 스페인에서 한줄기 빛 같은 존재. 도착하니 현지인들로 바글바글. 외국인이 나뿐이라 잔뜩 긴장했건만, 요리조리 설명해주려는 친절한 스태프들 덕분에 무사히 주문을 마쳤다.


소고기 말고 닭고기 추천했는데 꾸역꾸역 소고기 시켰다가 사진도 안 찍었네. 고기가 맛 없던 건 아니고 굉장히 얇은 스테이크라기보단 낱장 종이 같은 스테이크가 나왔다. 아무튼 난 로시아 샐러드.


땀 쭉쭉 흘렸으니 씻고 재정비. 여행계획 짜겠다고 가장 만만한 스타벅스를 향했는데 아메 한 잔 4.41유로요? 1차 당황. 인터넷이 안 되는데요? 2차 당황. 굉장히 느림 이슈를 안고 열심히 계획짜다 그냥 친구의 조언을 받아 매직 분수로 향했다. 그리고 하나의 썰. 생각보다 소매치기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스타벅스에서 물건 훔치다가 잡힌 도둑놈 처음 목격. 옆자리 외국인 여성분하고 같이 동공지진과 어깨 으쓱.


근데 매직분수가 또 몬주익이네...? 카탈루냐 미술관에서 나오면 머리 계단 아래 있던 그곳. 그곳이 매직분수였다. 벗어날 수 없는 몬주익의 굴레. 대신 10회 패스권 구매해서 지하철 탔다. 다 탈 수 있을까 했는데 막날까지 요긴하게 씀.






피자를 사갈까, 맥주를 마실까 정처없이 돌아다니다가 너무 지쳐서 그냥 가서 대충 앉았다. 에스컬레이터 옆에 자리 잡았는데 나름 명당이었던듯. 옆자리 축구 유니폼 입은 소녀가 너무나도 귀여웠던 기억과 삼각대 놓고 있는데 뭔가 낌새가 어물쩡거리길래 냉큼 회수한 기억. 소매치기는 있는 듯 없는 듯. 9시 반이 되자 사람들이 우르르르 몰려왔다. 분수쇼가 분수쇼지, 했는데 막상 보니 나도 모르게 우오오오 하게 되더라. 발이 터질 거 같고, 핏기가 하나도 없었지만 이렇게 해야 후회는 없지요. 이렇게 1일차 같은 2일차까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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