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힘, 공간력

2024. 6. 11. 13:42creative Passions/key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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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만의 매력으로 무장한 실제공간에는 아무리 정교한 가상공간도 따라올 수 없는 강력한 힘이 존재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사람을 모으고 머물게 하는 공간의 힘을 '공간력'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공간력은 ① 공간 자체의 힘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인력引力', ② 가상의 공간과 연계되어 효율성을 강화하는 '연계력', ③ 메타버스와의 융합을 통해 그 지평을 넓히는 '확장력'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 트렌드 코리아 2023, 김난도, 353p

 

 언젠가 메타버스에 대한 칼럼을 읽은 적 있다. 오프라인 공간을 점유(소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메타버스로 흘러 들어갈 것이며, 메타버스 공간의 힘이 더욱 강력해질 것이란 의견. 당시에는 빈부격차를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공간을 풀이한 그 해석이 대단히 선구안적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주장이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메타버스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고, 반면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가장 뜨겁다.  

2023년 성수동 코카콜라 팝업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이행된 경제 패러다임

 경제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기존의 '내가 얼마나 좋은(비싼) 것을 소유하고 있는 지가 자기과시의 주안점이었다면 이제는 '내가 얼마나 더 많은 곳을 갔는지', '어떠한 핫플레이스에서 인증샷을 찍었는지'가 자랑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이는 과시적의 목적 뿐만 아니라 상향평준화가 된 재화가 넘치는 시대에서 브랜드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기업의 전략이기도 하다. 특별한 경험 제공을 통해 브랜드의 방향성과 아이덴티티를 어필하고 고객체험을 통한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 

경험을 과시하는 소비자 트렌드와 특별함을 셀링하는 브랜드의 시너지가 만나 그 어느 시대보다 빠르게 경제의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다. 

새로움이 이어지는 공간

 공간력 트렌드를 대표하는 공간은 '팝업 스토어'이다. 팝업(POP-UP) 스토어는 짧은 기간 운영되는 오프라인 소매점으로 특정 기간에만 만날 수 있다는 한시적 특성으로 희소성을 갖는다. 즉, 제한된 기간을 놓치면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열광하게 된다. 

출처 - 더현대서울 웹사이트 / 더현대 서울 인스타그램

또한, 팝업은 임시 공간이기 때문에 공간 구성의 제약이 덜하다. 더 자유롭게, 더욱 재미있게 공간을 연출하고 볼거리와 찍을 거리를 제공한다. 충분한 찍을 거리를 제공한다면 바이럴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상품 브랜드뿐만 아니라 금융, 영화, 웹툰 등 다양한 업종에서도 활발하게 팝업을 활용하고 있다. 단순한 상품 판매의 목적이 아닌 하나의 브랜드 마케팅 콘텐츠로 자리 잡은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의 공존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공간력'을 설명할 때 인력에 이어 가상공간의 연계성과 메타버스의 확장성에 대해 다룬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같은 첨단기술을 오프라인 공간에 접목해 소비자에게 편의와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을 예로 들며, 가상공간과의 연계성을 설명한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하는 소비자 행동 데이터를 수집해 활용하는 기업들을 소개한다.

이어 메타버스에 개설한 매장을 통해 확장성을 강조한다. 가상공간에 마련된 VR 전시나 쇼룸, 미니 게임 등을 통해 소비자들은 더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요소들이 메타버스의 공간력을 강화한다. 이처럼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고 메타버스를 통해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는 방식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마케팅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는 물건을 판매하기만 하는 곳을 넘어, 사람을 끌어모으고 소통하며 알리는 매체로서의 공간 개념이 중요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엔데믹 이후 공간이 지니게 될 새로운 기능은 무엇이고, 우리는 어떻게 공간력을 강화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

 

 트렌드 코리아 2023의 키워드였던 '공간력'은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창 때보다는 열기가 사그라들었지만, 팝업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히 높으며, 독특한 공간과 전시, 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열망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팬데믹과 소비 패턴의 변화 등 수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현상의 주된 원인은 온라인 커머스의 강세와 SNS에서의 과시적 자기표현 흐름으로 생각된다.

 온라인 커머스가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유통업체들은 '오프라인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오프라인 자구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들은 소비자에게 독특한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오프라인 콘텐츠는 소셜 미디어의 인증샷 문화와 잘 어우러진다. 일상 속 비일상성을 제공하는 새로운 콘텐츠와 한시적 희소성은 SNS 과시용으로 가장 적합한 아이템이다.

디올 서울 Dior 웹사이트

 

 어떤 브랜드의 옷을 입는 것이 중요했던 시대처럼, 이제 소비자들에게는 “어디를 가는가”가 중요해진 것이다. 나아가 현대 소비자들은 도시라는 공간을 상품을 소비하는 배경이 아니라 공간 자체를 직접 소비하는 공간소비행동을 하며, 이는 현대소비 사회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힌다(Chun & Rhee, 2002; Han, 2010; Kim, 2000).

- 현대 소비자의 공간소비행동에 관한 연구 -소셜미디어 데이터 분석을 중심으로-, 2020, 안서영, 고애란

 

 트렌드 코리아에서 '공간력'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전부터 '공간소비행동'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연구에 따르면, '공간소비행동'은 SNS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소셜 미디어 공간에 기록을 남기고 탐색하는 행위를 통해 자기과시의 소비대상물이 문화와 공간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도시 전체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공간 소비를 과시하는 것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출한다. 이는 공간소비 기록을 전시할 수 있는 소셜 미디어가 트렌드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소비자는 '자신의 개성을 표출할 만한 공간을 전시하기 위해 소비를 한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물론 '공간력'을 SNS 과시하기 위한 힘으로 뭉뚱그리려는 생각은 아니다) 

 

 이야기가 딴 길로 새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공간력'은 탈물질화된 소유를 의미한다. 공간에서 소비자는 시간이라는 자원을 사용하고 만족스러운 경험을 기록하며 소비자가 스스로 마케팅을 대행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만족스러운 경험의 제공에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공간력의 출발점이자 지향점은 결국 고객임을 강조한다. 다양한 오감 경험을 통해 몰입도 높은 쇼를 펼치고, 고객의 판타지를 실현하는 테마파크와 유통 공간을 비유하며 환상적인 고객 경험을 선사하는 일종의 테마파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력적인 공간은 지루함을 돌파하는 비일상성을 제공해야 하며, 매력적인 콘셉트와 테마를 갖춘 공간력은 리테일의 최고의 무기가 될 것이다. 

 

 소매의 종말이 예견되는 가운데 팬데믹 이후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간력에 주목해야 한다. 공간력을 하나의 테마와 컨셉을 통해 공간 이미지를 창출함으로써 고객의 환상을 현실공간에 구현하는 데에서 나온다. 공간의 죽음이 운위되는 가상의 시대, 공간이 공간만의 힘을 갖추려면 그 출발점이자 궁극적인 지향점은 결국 고객이어야 한다. 

- 트렌드 코리아 2023, 김난도, 3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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