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테크와 플렉스, 외식소비의 양극화

2024. 6. 18. 17:14creative Passions/key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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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두드러질 국내 외식 트렌드 키워드로는 양극화가 선정됐다. 양극화는 불황기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소비행태이나 지금의 양극화는 과거처럼 단순히 소득의 많고 적음에 따라 플렉스를 하는 부류와 짠테크(짠돌이+재테크) 소비를 하는 부류로 양분화되는 것이 아니라 동일인이 짠테크와 플렉스 소비 성향을 동시에 갖는 것이 특징이다.

출처 식품외식경제(http://www.foodbank.co.kr), 2023년 국내 외식산업 트렌드


 

스스로 먹고 사는 사회인이 된 후에 근래처럼 불황을 체감하던 때가 있을까. 힘들다, 왜 내 월급은 안 오르냐, 친구들끼리 떠들어도 요즘처럼 경기침체가 온 몸으로 느껴지는 건 처음이다. 주변에 자영업자들이 늘어서일까. 하지만 나또한 최대한 평일 지출을 줄이기 위해 집에 박혀 자기계발을 하고 평일에 아낀 소비로 주말에 여행을 계획한다. 평일에 술을 즐겨 마셨지만 요즘 어딜 가나 소주 한 병에 5,000원인 시대에 평일 며칠동안 나가는 술값 몇 만원이 어찌나 부담스러운지. 
 
고금리와 고물가. 외식물가의 상승으로 다들 지갑을 닫았다. 4월 28일 한국신용데이터(KCD)가 발표한 '소상공인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1분기 소상공인 사업장당 매출은 전년 대비 7.7%가 하락했고, 전분기 대비로는 16.2%가 감소했다고 한다. 특히 유통업과 패스트푸드, 중식, 한식, 술집 등 외식업은 모두 매출이 줄었다고 한다. 특히 종합유통과 술집 매출 감소폭이 컸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신라호텔(https://www.shillahotels.com/)

 
하지만 이러한 와중에도 증가세를 보인 곳이 있다. 뷔페(호텔뷔페 포함) 매출액은 16.7%가 증가했다. 주요 특급호텔의 애플망고빙수 가격이 모두 10만원을 훌쩍 넘겼지만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호텔에 아예 투숙을 하거나 음식을 예약하는 사례도 공유되고 있다. 이처럼 초저가와 프리미엄의 극심한 소비양극화가 외식 시장에도 두드러지고 있다.  

특징은 소득에 따른 소비 차이가 아닌 상황에 따른 동일인의 소비행태가 양극화 된 것이다. 평일에 최대한 아끼고 한끼라도 프리미엄급 외식을 즐기는 '응축소비'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편의점 즉석식품들이 점심메뉴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커피전문점에서 '스몰 럭셔리'를 즐긴다. 외식 횟수는 줄여도 경험에는 돈을 쓰고 '실속파'와 '경험파'로 양분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상권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전국 외식업 매출액은 올 1월부터 4월까지 44조2900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0.4% 감소했다. 그러나 업종별로 차별화가 나타났다. 15개 업종 중 뷔페(호텔뷔페 포함) 매출액은 2576억원으로 16.7% 증가했다. 뷔페는 보복 소비가 일어났던 2022년 67.3% 급증한 이후로도 작년 24.8% 증가세를 이어갔다.

패스트푸드도 4월 누적으로 매출액이 3조837억원을 기록해 9.6% 증가했다. 패스트푸드는 2021년 28.5%, 2022년 23.3%, 2023년 14.1%로 매출액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외식업이 쪼그라들고 있지만 가격이 싸거나 비싸더라도 SNS에서 자랑할 만한 외식 소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 '싸거나 고급지거나'…어중간하면 폐업한다②[소비양극화], 이데일리 최정희 하상렬 기자

 


 

평일 점심은 편의점과 마트에서

회사에서 점심을 지원해주는 입장으로써 알 수 없지만 중구로 출퇴근하는 친구의 의견을 듣자면 평균 12,000원, 제대로 먹으려면 15,000원은 내야 한다고 한다. 냉면 한 그릇에 1만2천원 뉴스를 보고 경악한 게 엊그제 같은데 삼겹살 1인분에 2만원 돌파 뉴스를 보고는 구내식당에 대한 불만이 싹 사라지게 되었다. 생선이 나오든, 발우공양식을 내놓든 군말 않고 먹게 된다. 한 시간을 일해도 냉면 하나를 못 사먹는 미쳐버린 고물가다. 
 
그래서 요즘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에 식당 대신 편의점과 마트로 향한다. CU 간편식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2024년, 33.1%로 3월 이후 30%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CU를 포함한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편의점 4사 모두 간편식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미지 출처 CU편의점(https://cu.bgfretail.com/)

 
 
편의점 4사는 각자 다양한 간편식 메뉴를 선보이고 있으며, SSM 또한 '그랩앤고'에 집중하고 있다. 이마트의 간편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가 증가했고, 여의도, 양재, 영등포점 등은 간편식 매출 신장률이 30%에 달했다고 한다. 특히 외식물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여의도점의 간편식 신장률은 71.9%에 달했다고 한다. 
 
정말 이게 소비 양극화로 인한 평일 짠테크가 맞을까? 이건 짠돌이 재테크가 아니라 그냥 미쳐버린 고물가 속 짠한 재테크다. '평일에 아껴서 주말에 오마카세 먹어야지!'가 아니라 주말에 나가 놀려면 평일에 편의점과 마트를 갈 수밖에 없다. 앞서 말했다시피 최저 임금자는 1시간을 일해도 여의도 냉면 한 그릇도 못 먹는 현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편의점이나 마트 간편식의 퀄리티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온라인 강세에 밀려 주춤하던 SSM이 오프라인 체질 강화를 외치며 델리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편의점 또한 간편식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런치플레이션과 맞물린 간편식과 그랩앤고의 성장. 요즘 슬프긴 매한가지일 오프라인 유통업계나 여의도 직장인이나 모두에게 윈윈이지 않을까 싶다. 


 
 

양극화에서 N극화로

소비의 양극화로 가성비 vs 프리미엄에 이름을 붙이고 있지만 프리미엄보다는 '뾰족한 취향에 걸맞는 소비'가 더 어울린다. '비싸기 때문'이 아닌 본인의 취향 또는 가치, 경험을 추구한다. (그 안에 하이엔드가 포함되지 않을까) 보여주기식의 럭셔리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자신의 개성을 얼마나 보여주는지'이다. 패션 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소비하는 공간과 문화, 모든 것이 개성이 되고, 그 문화 안에는 식문화 또한 포함되어 있다. 
 
야장과 노포.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외식업종이다. 가성비의 부산물은 아닌 것이 막상 가면 또 싸지는 않다. 이러한 트렌드는 가성비와 플렉스의 양극화라기 보단 외식문화에서도 볼 수 있는 '일상적 가성비'와 '비일상적 경험소비'의 패턴이라고 본다. 


 
평일 밥값으로 편의점에서 5~8천원 쓰다가 주말에 야장에서 5~6만원 쓴다고 프리미엄 양극화라 해버리면 할 말은 없지만 나는 하이엔드보다 공간과 경험, 개성에 한 표를 둔다. 
레트로의 감성, 야장의 감성, 하이엔드의 감성. 추구하는 무드를 경험하고 전시하는 건 요즘 시대의 당연한 덕목이다. 요즘 돈보다 귀하다는 소비자의 시간을 끌어내기 위해선 그들의 뾰족한 취향을 만족시키고 강한 아이덴티티로 무장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덴티티고 개성이고 가장 쉬운 방법은 그냥 맛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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