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4로 읽는 키워드, 분초사회

2024. 6. 7. 17:43creative Passions/key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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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와 마케터 등 필독서로 통하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올해도 어김없이 선물 받았고 일정에 쫓겨 느즈막히 정독을 했다. 트렌드 코리아는 매년 사회현상과 소비트렌드를 분석하여 10개의 키워드를 선정한다. 올해도 역시나 10개의 키워드가 도출되었고, 분초사회는 그 중 첫 장을 장식한 키워드이다. 의식적으로 느껴지던 경향이 하나의 단어로 명명될 때 아귀가 맞아떨어지며 몰려오는 쾌감이 있다. 2023년의 공간력과 2024년의 분초사회가 그러하다. 

모두가 분주한 사회에서 헛되게 보낸 시간이 죄스럽고 최대한으로 시간을 활용하고자 애쓴다. 나만 그런가 싶다가 둘러 보면 갓생을 살기 위한 분 단위 인생들이 수두룩빽빽하다. 분 단위를 아끼고 살기 위해 유튜브에서 몇 분짜리 영상을 보며 그들의 시간 관리법을 배우고자 한다. 왜 이렇게 인생의 밀도가 빡빡해졌을까. 

 

Don't Waste a Single Second: Time-Efficient Society

1분 1초가 아까운 세상이다. 시간이 돈만큼 혹은 돈보다 중요한 자원으로 변모하면서 '시간의 가성비'가 중요해졌다. 단지 바빠서가 아니다.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이행하면서 요즘 사람들은 볼 것, 할 것, 즐길 것이 너무 많아졌다. 초 단위로 움직이는 현대 플랫폼 경제에서 시간의 밀도가 높아지며, 우리는 가속의 시대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 김난도, 트렌드 코리아 2024, 22p 

 

 분초사회의 도래가 단순히 시간의 양적 흐름만 단축시킨 것은 아니다. 시간의 질도 중요해지며, 시간 사용의 밀도를 높이고자 한다. 시간의 단위를 쪼개면, 숨겨져 있던 사각지대를 확보하게 된다. 시간사용의 틈을 확보하는 것이다. ··· 큰 시간과 작은 시간이 공존하는 현상은 자연스럽게 여러 일을 한꺼번에 수행하는 '시간의 저글링'으로 이어진다. 

- 김난도, 트렌드 코리아 2024, 139p 


 

사람들이 운용하는 시간의 단위가 '분초' 단위로 변화하고 있다. 버스 도착 시간까지 초 단위로 알 수 있는 세상이니 놀랄 것도 없지만 확실히 '빨리빨리'에서 '더 빨리빨리'가 된 느낌을 받고 있다. 분 단위로 쪼개 사는 헤르미온느 같은 삶을 추구하고 그것이 갓생이라 생각한다. 영화나 드라마에 진득하게 시간을 투자하기 보단 3분 요약 컨텐츠를 보며 줄거리를 파악하는 데에 집중한다. 

 

책에서는 '시간이 소중해진 이유'에 대해서 첫 번째로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이행했기 때문이라 서술한다. 두 번째로는 분초 단위로 돌아가는 IT기술, 세 번째로는 시간을 들여 '봐줘야' 하는 볼거리가 많아졌다는 점을 꼽았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간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바꿨다고 주장한다. 시간 사용이 개인마다 상당히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평범한 일상 시간의 밀도를 높여, 효율적으로 보내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중 가장 공감되는 단락은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이행한 경제의 패러다임이다. 비싼 소유물을 과시하는 사회에서 여행지와 핫플레이스 인증샷으로 자랑하는 시대가 되었고, 얼마나 내가 여유있는 사람인지 과시하기 위해서 시간은 아주 중요한 자원이 되었다. 


분초사회에 대한 산업적 대응

분초사회에서 소비자의 시간이 핵심자원이 되면서, 이제 유통의 핵심적인 경쟁력은 소비자를 얼마나 오래 머무르게 하는지, 즉 어떻게 점유 시간을 늘리는지에 달려있다. 

- 김난도, 트렌드 코리아 2024, 148p 

 

시간에 대한 관념이 이처럼 변화하면서, 소비자의 시간을 아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과제가 됐다. 특히 서비스 업계는 고객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단지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가 준비되는 시간과 소비자가 도착하는 시간의 간극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 김난도, 트렌드 코리아 2024, 149p 


 

소비자의 시간은 귀해졌다. 기다림의 시간, 선택의 시간, 모든 흘려보내는 시간을 줄여야 하며 공백이 생기지 않게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해야 소비자의 발걸음을 늦출 수 있다. 좋은 재화는 넘쳐 흐르니 재화를 판매하는 공간에서 경험까지 제공해야 뛰어난 '시성비'를 느낄 수 있다. 이에 2023년의 키워드 중 하나인 공간력이 떠올랐다.

 

제임스 길모어와 조지프 파인은 경험 경제의 중요성을 설파하면서 "재화와 서비스의 홍수 속에서 비즈니스를 차별화하는 힘은 경험을 연출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 판매자는 연출가가 되어 추억할 만한 경험을 제공하며, 수요의 핵심 요인으로 기능이나 혜택을 뛰어넘은 '놀라움'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 김난도, 트렌드 코리아 2023, 361p 

 

2023년의 공간력과 같은 뿌리를 타고 온 분초사회 트렌드는 이어 서술할 '디토소비'로 파생된다. 뿌리를 속속들이 파헤쳐 보자면 경험 경제까지도 모두 SNS 영향력 아래 있다. '인증샷'의 시대에서 비롯된 특별한 경험, 전시할 만한 경험에 대한 니즈가 느껴진다. 물론 '분초사회'는 경험 경제로만 뭉뚱그릴 수 없다. 경험 경제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주는 게 아마 갓생God生 신드롬이라 생각한다. 하루하루를 계획적으로 부지런히 보내는 갓생러는 누구보다 분초 따지기를 좋아한다. 스스로의 시간을 분초 단위로 통제하고 밀도 높은 하루에 만족감을 표한다. 하지만 이러한 트렌드가 지나친 자기 착취로 이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를 분초 단위로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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