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4로 읽는 키워드, 디토소비

2024. 6. 8. 13:35creative Passions/key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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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4를 읽으며 분초사회만큼이나 실체적으로 느껴진 경향 중 하나이다. '나도'라는 의미를 가진 '디토Ditto'를 붙인 디토소비는 여러 가지 구매의 절차를 무시한 채, 추종체를 따라 '나도' 소비하는 경향을 뜻한다. 디토소비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의미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았지만 뜻을 알고 나니 명명한 이름이 너무 찰떡이고 트렌디했다. 뉴진스의 디토Ditto의 영향이겠지만. 

 

과잉의 시대다. 상품 · 정보 제공 · 구매 채널이 모두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수많은 선택지에 직면하게 된 소비자들은 새로운 소비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정보 탐색, 대안 평가 등 제대로 된 구매 의사결정 과정을 모두 생략한 채 그냥 "나도Ditto"하고 특정 사람 · 콘텐츠 · 커머스를 추종해 구매하는 것이다. 이처럼 특정 대리체가 제안하는 선택을 추종하는 소비를 '디토소비'라고 명명한다.

- 김난도, 트렌드 코리아 2024, 317p 

 

디토소비는 과거 스타나 인플루언서에 대한 맹목적인 따라 하기와는 다르다. 예전에는 그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가 광고하고 제안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따라 한다는 맹종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나의 가치관에 맞는 대상을 찾고 그 의미를 해석해서 받아들이는 주체적 추종의 모습을 띤다. ··· 디토소비에서는 자신의 뾰족한 취향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이런 면에서, 디토소비는 수동적인 맹종이 아니라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추종이다.

- 김난도, 트렌드 코리아 2024, 320p 

 

 

디토소비의 가장 큰 특징은 선망하는 스타, 인플루언서가 아닌 자신의 취향과 맞아 떨어지는 추종체의 소비를 따라하는 것이다. 디토소비에는 세 가지 모습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로는 사람 디토. 대부분 사람디토의 추종체는 유튜버나 인플루언서겠지만 그들을 팬심으로 쫓는 것이 아닌 나의 가치관, 취향을 반영하여 적합한 인물을 찾아 그의 소비를 '디토'하는 것이다. 유튜브의 의학채널이나 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 등 전문가를 추종하거나 뚜렷한 라이프스타일과 개성을 보이는 인플루언서를 따라하는 것. 또한 사람 디토의 대상이 반드시 유명인이거나 인플루언서일 필요는 없다. 1만 명 미만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나노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나노 인플루언서는 매크로 인플루언서에 비해 뚜렷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어 팔로워에게 관련성 높은 콘텐츠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팔로워와 더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밀도 높은'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두 번째는 콘텐츠 디토이다. 만화 · 영화 · 드라마 등 콘텐츠를 소비의 추종체로 따르는 형태로 패션, 인테리어, 여행 등 다양한 형태로 드러난다. 책에서는 1990년대 홍콩 영화 인테리어, 드라마 유포리아의 패션,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을 여행하는 '세트-제팅'을 전형적인 사례로 들고 있다.

세 번째는 커머스(유통 채널) 디토이다. 대형 유통 채널인 백화점, 마트보다 온라인·모바일 쇼핑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며 특정 카테고리의 상품만을 취급하는 전문몰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했다. 이러한 전문 영역 쇼핑몰을 수직적으로 특화했다는 의미에서 '버티컬 커머스'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해당 영역에 대한 자신만의 고유한 취향과 안목으로 제품을 선별하고 제안한다. 

 

세 가지의 형태 중, 가장 공감하는 것은 커머스 디토이다. 이는 사람 디토(SNS의 계정)와도 비슷한 궤를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29CM, 아침, 스테이폴리오, 1집구석 등, 소비자가 추구하는 감성을 SNS와 유튜브를 통해 표현하고 이를 커머스로 연결시킨다. 이러한 현상은 인테리어나 라이프스타일, 여행 뿐만 아니라 패션, 취미에서도 다양한 윤곽을 드러낸다. 전보다 쇼핑몰 자체 브랜드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콘셉트를 입고 있는 '사람 디토'의 영향력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띤다. 

29CM / Achim 웹사이트


디토소비의 등장 배경은 상품과 구매 채널 등, 선택의 과부하이다. 

복잡한 소비 환경에 직면한 소비자의 부담은 '포보 현상'으로 나타난다. '포보'는 자신의 선택 외에 더 좋은 옵션이 있을 것을 우려해 결정을 연기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복잡한 소비 환경과 그 속에서 불안함을 느끼는 소비자는 최선의 선택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적의 선택을 하기 위해 새로운 구매 의사결정 방법을 모색하게 됐다. 그 결과 소비자는 자신을 대신해 구매 의사결정을 내려줄 대리물을 찾아 추종하는 '디토소비'를 대안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 김난도, 트렌드 코리아 2024, 337p

 

디토소비에 대한 산업적 대응

먼저 마케팅과 영업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내 상품의 타깃 유저를 정확히 설정하고 거기에 맞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와 버티컬 커머스 사이트를 개발해나가는 것이 첫 출발점이겠지만, 그 전제로서 이제는 제품력을 뛰어넘는 기업 혹은 브랜드만의 철학이 필요하다. 디토소비자가 진정 따르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 추종하는 대상의 '관점'이기 때문이다. 

- 김난도, 트렌드 코리아 2024, 341p


디토소비 설명 중, '디토소비자는 자신의 뾰족한 취향을 찾는다'라는 문구가 참 맘에 들었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된 초개인화시대에 소비자는 스스로에게 어울리는, 추구하는 무드를 정확하게 파악한다. 그러한 '뾰족한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그 무엇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중요하다. 어떠한 브랜드 철학을 담을지, 어떤 취향을 가진 이들을 타겟으로 하여 어떠한 상품을 큐레이션 할 것인지. 다수를 만족시키기 위한 대중성보다 충성도 높은 매니아층을 만들어 낼 뚜렷한 개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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