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교토 오사카 여행 X-T30 ii

2024. 6. 15. 13:46creative Passions/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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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따고 유학 준비도 하면서 많게는 달에 두 번씩도 갔던 일본. 물론 코로나19 이전의 이야기다. 코로나19가 터지며 유학은커녕 여행조차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 작년의 오사카가 팬데믹 이후 첫 해외여행이었다. 몇 년만의 첫 해외여행이 일본이라니? 할 수도 있지만 유학이 어그러지고 첫 해외다 보니 나에게는 감회가 남달랐다. 그것도 나의 짱친 유리랑 가는 첫 여행이라 더 설렜을 지도. 

나름의 일잘알이라 외치는 사람이 어째서 7월에, 그것도 교토 오사카 투어를 결정했는가 하면 먼저 유리와 나의 근무환경과 교토의 마쯔리를 염두에 두었다는 것. 물론 마쯔리를 즐기진 못 했지만. 그리고 둘 다 더위를 많이 타지 않는다는 강점 등 여러 가지 의의를 두고 계획한 여행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냥 회사에 둘이 간다고 얘기 안 하고 몰래 시간을 맞출 수 있는 것이 중했다. 몰래 사내연애하는 기분...

3박 4일 중 1박을 교토에서 하고 2박이 오사카였다. 오전 비행기로 예약을 하고 도착과 동시에 교토를 쏘는 일정.

더위에 강하긴 개뿔. 그냥 기온에만 강하다. 습도에는 아주 취약한 인간들이었다. 지금 사진만 봐도 얼마나 고통 받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사진이 눅눅해. 

교토에 도착해서 짐 풀고 뭐하니 벌써 깜깜해지고 규가츠를 먹으러 갔다. 예전 교토 여행 기억을 더듬어 찾아 갔는데 그대로였다. 웨이팅이 있고 더워서 불만인 상태. 그리고 마쯔리 기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너무나도 많아서 또 불만. 그래도 규가츠는 항상 맛있고 양이 적었다. 

 

골목을 돌아다니며 게이샤 구경도 하고. 정확히 따지면 게이샤가 아니라 견습생이라고 하지만. 강을 사이에 두고 쭉 일렬로 늘어진 헌팅의 메카이자 핫플레이스 구경도 했다. 들어가진 않았지만 우린 핫플을 좋아해. 그냥 구경만 해도 너무 재밌었다. 걷다 보면 한글 간판이 달린 오빠 술집? 이런 강남 감성주점의 외관을 자랑하는 술집들이 있다. 한국의 번화가는 일본어로 점령 당하고 일본전통의 중점이라 할 수 있는 교토에는 한국식, 그것도 감성주점 니낌의 술집이 자리 잡은 게 너무나도 웃겼다. 

다음 날, 여유로운 교토 구경. 블루보틀은 국내에선 잘 안 가게 되는데 해외를 가면 한 번씩 가게 된다. 원래는 해외에서 스타벅스 텀블러를 모으는 재미를 추구했지만 시티컵에 대한 흥미가 사라지고 소장욕조차 바스라지자 그냥 블루보틀이나 한 번씩 가게 된다. 

유리가 찍어준 인생 컷

그리고 늦기 전에 오사카 입성. 오사카를 엄청 자주 갔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리 자주 가진 않았더라. 관광지라는 인식이 강해서인지 약간 부담스럽다. 엄청난 인파에 치이고 어딜 가나 웨이팅에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라 여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떨어진다. 최소 다섯 번은 온 느낌이었는데 놀랍게도 이번이 세 번째였다. 

 

내가 일본에서 가장 사랑하는 분위기라 하면 고즈넉한 신사 또는 위처럼 휘황찬란하고 요란한 한자 간판들과 홍등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동북아시아의 감성. 문자를 문자로 인식하지 않고 그래픽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하던데 일본 사람들이 보았을 땐 그냥 지저분한 간판일까? 그래도 동탄 신도시의 메디컬 건물 같은 느낌은 아니겠지. 가게 고유의 특색이 강하고 전통적이면서 화려한 이미지가 너무나도 좋다. 요즘엔 용과같이 무드라고 표현하고 다닌다. 홍콩은 아키라 무드! 

우리 유리가 사랑해마지 않는 짱구시키도 보러 가고
츠텐카쿠도 갔다 츠텐카쿠야 말로 밤이 진정 신세카인데

유리 화보집을 찍고 온 입장으로 유리 사진을 왕창 자랑하고 싶지만 아쉬운 마음을 대체. 둘이 간 여행이라 둘이 찍은 사진이 없다. 유일하게 건진 볼록거울 샷. 유리는 인생 첫 일본여행이라고 했다. 오째서? 물음표를 둥둥 띠웠지만 한때 내 별명이 매국노였다는 걸 생각하면 수긍이 된다. 그래서 일잘알 자부심을 가지고 완벽한 일본 가이드를 하겠다 다짐을 했지만 P새끼가 어디 가나. 무계획이었다. 그냥 나는 길을 알고 대충 일본 문화를 알고 있다는 것만 나을 뿐... 구글맵 따라 움직이는 건 똑같은 것을. 그리고 나는 일단 움직이고, 유리는 싫다 좋다 표현이 없는 편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잘 맞았다. 유리가 배려한 부분이 많으리라. 금쪽아, 언니랑 또 여행 가줘야 한다 (동물농장 말투)

3박4일은 항상 짧지만 전처럼 아쉽지는 않다. 또 가면 되지. 유럽도 아니고, 뭐. 정말정말 사람이 많았지만 오랜만의 해외여행이라 그런지 그마저도 행사 같아 즐겨웠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 7,8월의 일본은 옳지 않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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