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빵지순례 몽몽드파티세리, 시민제과

2024. 6. 25. 09:03creative Passions/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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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락 여행 테마 중에 가장 좋아하는 테마는 빵지순례 또는 빵지투어다. 대전이야 말할 것도 없고 목포는 코롬방, 군산은 이성당, 속초는 오베르망. 이런 식으로 지역별로 여행시 꼭 들리는 빵집들이 있다. 포항은 스무 살 내일로기차여행 이후로는 첫 방문이라 빵집에 대한 기대가 엄청 났는데 막상 리뷰를 찾아보니 썩 내키는 데가 없어 실망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또 다르지. 빵지순례자들이 추천하는 빵집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몽몽드파티세리

Address 경기도 포항시 북구 장성동 1552-18


포항의 빵지순례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몽몽드파티세리. 영일대해수욕장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리뷰를 보았을 때 전문 베이커리보다 그냥 인스타 감성 카페처럼 보였고, 큰 기대 없이 추천 받은 밀면집 옆이라 지나가는 길에 들리게 되었다. 주차는 가게 앞에 한 대와 맞은 편 길가에 두 대 정도 할 수 있다. 

매장 내부는 깔끔한 카페다. 빵 종류가 그리 다양하지 않고 느낌상 인스타 카페 느낌이라 약간의 경계심. 디스플레이를 보면 No버터, No설탕, No계란이 써있는데 저 문구를 보고 '미슐랭 받는 평양냉면'일지도 모른다는 편견 한 스푼 추가. 하지만 디스플레이 위의 시식을 먹고는 바로 와르르 녹아내린 편견. 

몽몽드파티세리의 대표 상품이 하필 고르곤졸라바게트라 내 취향은 아니겠거니 했는데 한 입 먹고는 망설임 없이 주문을 했다. 담백한 류의 빵보단 달고 양념진 걸 선호하는 편이라 별로일 줄 알았는데 적당히 달짝한 크림이 잘 발린 쫄깃한 바게트다. 너무 맛있어! 하나만 먹기는 아쉬워서 안 먹어본 크루키까지 구매.

상품 별로 성분표가 적혀 있다. 가격대는 나쁘지 않다.

 

전반적으로 건강하게 생긴 빵들이 많다. 깜빠뉴라던가, 치아바타라던가... 건강친구들과 함께 즐기기 좋은 발사믹 오일도 판매 중. 사실 내 취향들은 아니라 시식도 안 해봤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아마 다 맛있을 것이다. 빵을 사면 1인 1음료를 주문하지 않아도 되서 바닐라라떼만 시켰다. 

 

반은 먹고 반은 포장하겠다고 했더니 귀엽게 일체형으로 담아 주셨다. 왼쪽 크루키, 오른쪽 고르곤졸라바게트. 커피도 적당히 달고 맛있었다. 크루키는 처음 먹어봤는데 크로와상과 쿠키다. 개인적으로 파스스하는 크로와상의 식감을 안 좋아해서 그저 그럴 줄 알았는데 쿠키와 함께 먹으니 맛 플러스 맛이다. 하지만 부스러기의 염병천병은 어쩔 수 없어서 맛을 떠나 두 번 먹을 엄두는 안 난다. 그리고 고르곤졸라바게트는 함께 간 일행도 만족했다. 빵순이를 이해 못 하는 그도 굉장히 맛있게 먹었다. 너무 달지 않아서 괜찮았고 식감과 크림의 맛이 좋다는 평. 

 

고르곤졸라바게트와 빵지순례 포스터

그냥저냥 카페로 생각했던 나를 반성했다. 잠시 잠깐 취식을 하는 동안에도 많은 분들이 와서 빵을 우르르 사갔다. 진정한 로컬 맛돌이 빵집이었던 것이다. 성심당처럼 빵만을 위해 갈 거리는 절대 못 되지만 그래도 포항에 간다면 굳이굳이 시간내서 찾아갈 빵지순례 성지.  
 

 
 
 

시민제과

Address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대흥동 불종로 48


시민제과는 SINCE 1949에서부터 느껴지는 아우라가 있다. 대전의 성심당, 목포의 코롬방처럼 지역의 역사를 함께 해 온 아이덴티티 빵집이다. 입구에 붙은 전설의 밀크쉐이크나 전설의 팥빙수는 '옛날 그 맛 그대로'를 강조하고 있다. 아마 부모님 세대의 단팥빵 미팅 감성을 자극하는 류의 노포 빵집인 듯. 

빵지순례 포스터는 없었지만 포항을 대표하는 노포 빵집으로써 지역 특산물 같은 포항 마들렌을 팔고 있다. 전주의 풍년제과가 떠오른다. 성심당의 엄청난 흥행과 더불어 지역 대표 빵집들이 브랜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군산 이성당이나 목포 코롬방처럼. 이러한 노포 빵집들이 지역 대표 명물로 자리 잡는 건 너무 좋은 현상이 아닐까. 포항 섬초로 만든 특산물보다는 포항의 역사를 함께한 '나의 첫, 밀크쉐이크'가 더 구미를 당긴다.  

 

시민제과는 빵도 빵인데 떡이 많다. 찹쌀떡과 단팥빵. 하필 집은 빵도 찹쌀떡도너츠였다. 가격대는 바로 전에 죽도시장을 다녀와서 그런지 '꽈배기가 2,000원?' 느낌이었다. 종류도 많고 특이한 이름도 많다. 검정고무신은 보면서 띠용했다. 다 먹어보고 싶지만 이미 죽도시장을 다녀온 후. 타협하여 제일 유명하다는 것만 몇 개 집었다. 

 

찹쌀떡은 둘 다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먹어는 봐야 할 듯 해서 흑임자로 타협을 했다. 흑임자맘모스도 먹어보고 싶었지만 우리의 몸뚱이가 이미 맘모스인...

나의 첫 밀크쉐이크와 함께 빵을 포장해서 2층으로 올라갔다. 광주의 궁전제과 같기도? 2층의 좌석은 낭낭했다. 명란바게트는 따로 포장을 했고 흑임자찹쌀떡, 찹쌀떡도너츠만 먹고 가기로 했다. 흑임자가 든 찹쌀떡은 흑임자가 들어있는 찹쌀떡이다. 쫀쫀하이 늘어나는 떡도 아니지만 흑임자가 많이 안 달고 맛있다. 찹쌀떡도너츠는 사실 떡 들어있는지 모르고 집었다가 여기마저 떡이 들었냐며 한탄을 했다. 이제 보니 우리가 바보였다. 
그리고 가장 임팩트 있던 건 물풀에 가까운 상태의 밀크쉐이크. 들고 올라오면서도 흔들림 없는 질감에 아주 놀라버렸다. 빨대를 꽂고 빨아도 다시 내려가지 않는 꾸덕한 밀크쉐이크. 맛있다. 근데 하루동안 먹은 것 중에 밀크쉐이크가 제일 배부르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우스갯소리가 아닐 지도...? 개인적으로 밀크쉐이크가 너무 좋았다. 추후에 포장해서 먹은 명란바게트는 그냥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그런지 눅눅해서 아쉬웠지만 양념 자체는 맛났다. 

주차가 어렵다는 평이 많은데 우리는 죽도시장 공영주차장에 차를 두고 걸어가서 주차 여건은 모를 일이다. 크게 멀지 않으니 죽도시장 간 김에 차 놓고 슬렁슬렁 걸어 다녀올만 하다.

 


내 기준, 빵 자체는 몽몽드파티세리가 더 취향이지만 그 지역의 명물 감성을 찾고 싶다면 시민제과가 맞다. 아무래도 노포가 주는 감성이 있다. 여기에 구룡포의 호랑이 바나나 글라세까지 추가하면 유명 빵집 3대장 정도 되겠지만 호랑이 바나나 글라세는 브랜딩 최고의... 내 스타일은 아닌 맛. 포항에 가서 빵지순례를 한다면 이 두 군데는 꼭 가볼만 하다. 사실 저 몽몽드에 붙어있던 빵지순례 포스터에 포함된 빵집들이 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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