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홍콩 여행 기록 X-T30 ii

2024. 4. 30. 10:32creative Passions/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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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8 ~ 04-01

아트바젤 인 홍콩을 위한 홍콩여행


 

작년 여름휴가 이후, 오랜만의 해외여행이었다. 아트페어를 목적으로 한 여행인지라 혼자 가자 계획한 여행인데 새삼스럽게 나홀로 여행의 즐거움을 느끼게 된 시간. 내 사진을 많이 남기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러한 단점을 모두 상쇄시킬 만큼 즐거운 시간이었다. 영어나 중국어를 할 줄 알았다면 더욱 즐거웠겠지만 바디랭귀지로도 얼추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소통을 하고 싶으면 어떻게든 하는 구나...! 의지의 차이. 

 

홍콩의 아이덴티티

숙소는 홍콩 센트럴 쪽으로 잡았다. 지난 여행에선 침사추이 쪽에 잡았는데 막상 다녀보니 란콰이펑에서 가까운 게 좋겠더라 싶어서 셩완으로 잡았는데 정작 족저근막염이 도져서 란콰이펑은 찍먹도 못하고 구경만 하고 왔다. 첫날 도착하자마자 아트센트럴 구경을 하고 피곤에 쩔어 잠이 들었는데 첫날 3만보를 걷고 나니 다음날부터 발바닥이 기묘했다.

이거 걸어도 되나? 싶었는데 아트바젤을 포기할 순 없으니 꾹 참고 걸었고 결국 발이 미어졌다. 거의 울면서 택시 잡음.

금요일 밤의 란콰이펑 계획은 모두 무산되고 술도 못 마시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만 마셔댔다. +에그타르트..

 

가장 좋아하는 분위기
미드나잇 에스컬레이터
내가 사랑하는 홍콩

그래도 황제 택시투어로 그나마 아쉽지 않은 여행은 즐겼다. 택시비는 우리나라랑 비슷한 편인 듯? 마이리얼트립에서 예약한 몽콕 여행스냅 촬영도 하고 야시장 구경도 했다. 아주 느린 템포와 택시로. 

홍콩의 이미지라 하면 빨간 택시와 화려한 네온사인들일텐데 중국으로 반환이 되며 홍콩의 색을 죽이기 위해 많이 철거를 했다고 한다. (현지인분 피셜) 몽콕하면 사진 스팟으로 휘황찬란 번쩍번쩍했던 기억이 있는데 한없이 단촐해진 풍경에 왠지 헛헛한 기분이 들었다. 중경삼림이나 화양연화를 기대하고 온 사람들은 조금은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대충 6~7년 전 여행 당시의 홍콩이 훅 스쳐 지나갔는데 그때의 감성은 없지만 그래도 홍콩 특유의 분위기는 남아 있으니 그나마로 만족이다. 

 

소호거리와 미드나잇 에스컬레이터. 홍콩의 등 터진 새우의 역사는 익히 알고 있으리라. 영국 식민지로써의 역사와 중국에 반환되는 시기의 최근. 혼돈의 역사로 구축된 동서양의 조화는 홍콩을 더욱 매력적인 도시로 만든다. 붉은 한자 사인물 아래를 지나는 트램과 웨스턴 마켓 같은 서양식 건축물. 대만엔 일본의 냄새가 잔뜩 묻어있다면 홍콩은 가본 적 없는 중국과 영국과 일본 한 스푼의 느낌이 낭낭하다. 동서양의 공존만큼이나 거나한 빈부격차가 한 눈에 보이는 기묘한 도시. 고급 외제차와 명품샵 사인물로 가득 찬 도로와 한 블럭너머의 바스라질 듯한 건물들의 이질감이 낯설면서도 괴상야릇하게 느껴진다.

 

부내가 넘실대는 센트럴을 벗어나 10분만 걸어도 부식된 칠이 떨어질 것 같은 간판들이 나온다. 빨래가 주렁주렁 널린 건물 밑을 걷다보면 머리통에 실외기 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래도 이전 여행에 비하면 바퀴벌레는 많이 안 보였다. 파이브가이즈를 먹으면서 홍콩의 서민들은 도대체 뭘 먹고 살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우리나라 외식 물가도 많이 올라서 뭐 할 말은 없지만 최소생활기준 자체가 우리나라와 조금은 다른 느낌이랄까. 이건 무례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그냥 홍콩 여행 내내 궁금했다. 

찾아보니 2023년도에 홍콩의 빈부격차가 10여 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상위 10%의 가구소득이 하위 10% 대비 57.7배에 달한다는 내용. 하위의 10%는 월 39만원을 번다고 하는데 이 고물가에서 어떻게 살아남는 지 의문이 들었다. (재산이 아니라 소득인 점 감안하고) 물론 우리나라도 상·하위 20%의 격차가 43배라고는 하더라. 하지만 여행자의 입장에서 이 직관적인 풍경이 편편찮았다. 물론 나는 센트럴보단 완차이 언덕길이나 셩완 위쪽 카페 거리 쪽들을 더 좋아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아마 세기말 느낌 낭낭한 애니메이션 아키라를 연상시키는 레트로 사이버펑크의 도시 감성의 홍콩인지라. 근데 좋아하는 감성과는 별개로 아무튼 어딘가 꼼지락하게 불편한 느낌이 있었다. 이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선 책을 좀 더 많이 읽고 어휘력을 키워야 할 듯.

 

올해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아트페어를 목적으로 떠난 나홀로 홍콩여행이었지만 그보다 더 다양한 만족을 얻고 왔다. 도시를 좀 더 진득하게 볼 수 있었다고 할까. 관광지 위주의 여행보다 현지인처럼 살아보자는 에어비앤비적 여행 스타일을 추구하기에 이번 여행이 좀 더 즐겁게 다가왔다. 무작정 걷고 쉬고 훑어보고 사진 찍고. 4일간 도합 10만보를 넘게 걸으며 도시를 속속들이 들여다 본 기분.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영어를 하지 못하는 나 자신...? 소통할 기회는 무수했지만 어버버 멍청이가 된 게 많이 아쉬웠다. 따흐흑. 역시 사람이 영어는 할 줄 알고 봐야 해. 언어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다음 일본 겐다이 아트페어를 위해 일본어 공부 다짐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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