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과 마카오, 에그타르트 맛집들

2024. 4. 29. 09:05creative Passions/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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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하면 나는 단연 에그타르트다. 음식 국수주의가 심한 탓에 예전에 홍콩여행 당시 에그타르트나 햄버거 외에 입에 댈 수 있던 음식이 없었고, 이번 여행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마라탕에 길들여졌으리라 기대했건만 중국의 향신료는 도저히 나와는 맞지 않는 무언가이다. 그런 고로 이번 여행에서도 에그타르트만 20개 정도를 먹었다. 진짜 계란 될 뻔.  

한 6~7년 전 여행 때는 에그타르트하면 단연 타이청 베이커리였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가게 되니 다양한 에그타르트집이 많이도 있더라. 물론 도시의 방방곡곡 투어를 목적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딱히 미리 정해두진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맛집을 잘 찾아간 거 같아 만족스러웠다. 

 

나의 일 순위는 단연 해시태그B

Hashtag B

Shop F, Po Wing Building, 67 Lee Garden Rd, Causeway Bay, 홍콩


코즈웨이 베이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해시태그 B는 우선 전통의 에그타르트가 맞는 지는 모르겠다. 나폴레옹 타르트라고 하는데 나폴레옹이든 뭐든 계란 들어가고 타르트면 나에겐 에그타르트다. 걷기 투어 하다가 멀끔한 외관과 앞에 세워진 타르트 비주얼에 홀려 들어간 해시태그 B는 배가 불러 하나 밖에 못 먹은 게 후회스러울 정도로 맛있었다. 뒤돌아 가서 한 두어 개만 포장해갈까 생각하다가 더 맛있는 집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기대로 그냥 왔는데 없었다. 단연 1등 해시태그 B.

다른 빵들도 때깔 장난 없다. 타르트 맛집인 줄 알았는데 오는 분들 보니 그냥 이 빵 저 빵 다 털어가더라. 지금 와서 생각하니 이것저것 못 먹어본 게 아쉽네. 

 

왼쪽 거만 먹은 것도 아쉽네
내부는 깔끔한 요즘 빵집 분위기

바삭하다기 보단 단단한 겉면은 꼬숩고 크림은 보들보들하다. 달짝한데 비린내 없이 맛있다. 저 단단한 파이부분이 너무 맛있어서 자꾸만 생각나는 맛. 아마 국내에도 분명 비슷한 타르트집이 있으리라. 하지만 진짜 정말 홍콩에서 먹은 최소 6~8종의 에그타르트 중 가장 맛있었다. 나폴레옹 타르트라 하던데 에그타르트가 아니라면 미안하지만 아무튼 꼭 먹어봤으면. 

 

타이청 베이커리

35號 Lyndhurst Terrace, Central, 홍콩


아마 에그타르트로 가장 유명한 집이 아닐까. 옛 여행에서 이미 한 번 맛본 적이 있다. 그때는 계란 비린내 때문에 이게 뭐야? 했지만 그 맛을 까먹어서 재도전했다. 에그타르트와 밀크에그타르트 둘 다 도전.

 

역시나 이번에도 나랑은 그닥 맞지 않는 스타일. 반숙에 가까운 몽글몽글한 필링이 조금 비리게 느껴지는? 나는 반숙도 좋아하고 에그타르트도 좋아하는데 유독 타이청이랑은 안 맞는다. 특히나 밀크에그타르트는 그냥 우유 탄 계란 비린내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걸 좋아하는 이들도 분명히 많으니 이리 유명하겠지요. 가격은 제일 저렴한 11홍딸. 한국이랑 비교해도 저렴한 편이니 먹어볼 법 하다. 

그냥 내 취향이 아닌 거다

때깔은 고우다. 얘도 테두리는 얇게 꼬수운데 필링이 그냥 나랑 안 맞는 느낌? 먹지 마십쇼는 아니고 기왕 먹을 거면 바로 옆에 베이크하우스 있으니 거기가 낫겠다.

 

베이크하우스 Bakehouse

5 Staunton St, Central, 홍콩


일단 베이크하우스는 여기저기 많다. 완차이에도 있고 침사추이 쪽에도 있다. 그래서 20개 먹은 에그타르트 중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다. 여기는 숙소에서 가장 가까웠던 소호거리 베이크하우스. 세 개 에그타르트집 중 유일하게 웨이팅이 있던 곳. 오전 일찍 갔는데 줄이 있어서 놀랐다. 한참 후에 지나가니까 줄이 더 길어졌다. 여기도 에그타르트 짱맛집이지만 다른 빵들도 왕창 사간다. 

 

굿즈부터 남다른 멋쟁이 카페 베이커리

도넛도 너무 먹고 싶었지만 이미 차찬탱과 타이청 에그타르트도 먹은 후라 참았다. 여기저기 있으니 돌아다니면서 사먹지 뭐, 생각했는데 정작 보일 때마다 에그타르트만 먹은 게 함정. 

 

그저 갓. 너무 맛있다.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라고 하는데 페스츄리 안에 바삭하게 쫄인 필링이 너무 맛있다. 일단 겉면의 식감부터 모든 게 완벽한 에그타르트. 왜 때문에 줄 섰는지 납득. 앞 사람이 왕창 사길래 네 개 욕심 부린 거 잘했다고 칭찬함. 방치했다가 먹어도 맛있음. 물론 에그타르트 특성상 하루는 안 넘기는 게 좋겠지만 에어컨 빵빵한 숙소에 하루 두고 먹었는데 괜찮았다. 

베이크하우스에서 좀 더 올라가면 스타벅스가 있는데 거기 가서 펼쳐 놓고 먹었다. 스타벅스에서 외부음식 취식 가능한 거 혹시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니죠? 별 제지는 없었으니 괜찮으리라 생각... 아니면 어글리 코리안. 배불러서 하나 먹고 쇼핑백에 넣긴 했다. 아무튼 길 가다가 보이는 족족 한 개씩 사먹었다. 그랬는데 왜 1위가 해시태그 B냐면 하나 밖에 못 먹어서는 아니고 취향이 그렇다. 커스터드 크림이었을까? 페스츄리 생지도 좋지만 그보다 단단한 파이지가 더 내 취향이다.

 

마카오 에그타르트

鉅記手信 Koi Kei Bakery

號地下, 70-72 Av. de Almeida Ribeiro, 마카오


마카오 에그타르트하면 로드 스토우즈가 제일 유명한 듯. 하지만 족저근막염 재발로 마카오를 갈까 말까도 고민하던 나에게 맛집 투어는 무리 중의 무리였고 택시 황제투어 코스에 맞게 대충 여기저기 널린 코이케이 에그타르트를 먹었다. 저땐 발도 아프고 입맛도 없고 계란도 물리고 그냥 아무 것도 먹기 싫었는데 에그타르트에 대한 오기 하나로 먹었다. 

세나도 광장에 가면 코이케이는 한 열 개 정도 보인다. 맛이 같은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끄트머리에 있는 지점은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정작 찍지는 못했지만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시식육포가 자꾸만 생각난다. 어째서지. 먹고 싶오...

 

포르투갈(마카오)식 에그타르트. 베이크하우스의 에그타르트와 비슷하지만 겹이 덜한 느낌? 위에 설탕 덩어리라 하나? 설탕 마이아르라 하나요? 빵알못. 아무튼 저 부분이 녹진하이 맛있다. 확실히 나는 홍콩식보단 포르투갈식이 잘 맞는다. 하지만 또 페스츄리가 아니었으면 하면서... 아무튼 해시태그 짱!

이쯤 되니 사진만 봐도 비린내가 난다. 포슬한 계란을 참 좋아하고 계란초밥, 계란말이, 계란푸딩 싫어하는 게 없지만 이제 사진만 봐도 저때의 그 계란 비린내가 번지는 느낌. 그래도 당시에 이렇게 혈당스파이크를 후려친 걸 보니 아주 행복한 디저트 나날이긴 했던 듯. 한 가지 음식을 매장이나 도시 별로 비교하는 건 꽤 재밌는 일이기도 하고. 

이밖에 잔잔바리로 걸어 다니며 사먹은 에그타르트들. 눈에 보이는 족족 사먹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한 가지 기록할 건 그냥 길바닥 빵집 빵 먹지 말자. 메모메모. 설탕과 퍼석한 밀가루의 콜라보레이션... 메모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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