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그로서리 마켓 c!ty’ super Times Square

2024. 4. 28. 12:37creative Passions/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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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y’super Times Square

Address B1, Times Square, Causeway Bay, 홍콩


3월 말부터 4월 초 사이, 홍콩 여행을 다녀왔다. 목적은 아트바젤 인 홍콩이었고 부가적인 목표는 많은 매장 인테리어를 구경하고 오는 것. 관광지는 예전 여행에 물릴만큼 가봤기 때문에 큰 관심은 없었고 아트페어와 도시를 구경하고 싶었다. 중간에 족저근막염이 재발하여 계획이 틀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3박4일 중 이틀은 열심히 걸었다. 아마 그것이 원흉이었겠지만. 

꼭 가보려 했던 장소는 없었지만 그로서리 마켓은 몇 군데 들려보고 싶었다. 회사 업무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로서리 마켓 인테리어나 구획, POP 등에 관심이 커졌고, 요즘은 어딜 여행 가나 그로서리 마켓은 한 번씩 들려 보게 된다. 그게 국내여도 워낙 다양한 특화매장들이 많이 생기는 추세이니. 여기는 계획에 없었지만 코즈웨이 베이에 갔을 때 타임즈 스퀘어를 둘러보다 발견한 곳이다. 시티슈퍼. 표기가 왜 저래? 멋지게 표현하고 싶었을 수 있지만 City Super가 아니라 표기 자체를 느낌표로 해버리니 검색이 불편하다. 상표권 때문이라면 인정하지만 굳이 싶은 네이밍. 

 

편의상 시티슈퍼는 타임즈 스퀘어와 IFC몰 등 대형복합몰에 입점해있다. 대충 우리나라로 치면 롯데 프리미엄 푸드 정도의 느낌일까요? 주류 코너 빼고는 어느 쪽으로 들어가나 자유롭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입구에 위치한 계산대가 보이지 않는다. 아마 백화점 푸드코트에 더 가까운 개념일까? 

하지만 들어가면 잘 갖춰진 프리미엄 마켓의 느낌이 난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계산대는 어디 있던가..? 보았던가? 주의력 결핍! 프리미엄 마켓답게 POP도 모두 깔끔하고 정돈이 잘 되어 있다. 과일 패키징부터 '저 백화점이에요'싶은 느낌. 

 

과일을 디스플레이하고 계신
깔끔한 매대에 깃대 하나만 세워도 고급지다. 패키지 자체가 고급스러워서 그런가?

음료 코너. 해외에서 보는 코카콜라 병은 어찌나 예쁜지. 그리고 종류별로 꽉꽉 채워진 음료들은 시각적 만족감을 준다. 정돈된 뷰에서 오는 안정감. 

 

주류 파이가 엄청 클 거라고 기대했다가 스낵코너 옆에 자리 잡은 주류를 보며 조금 실망했는데 여긴 그냥 미니멀한 공간이었다. 어쩌면 스낵과 어울리는 주류와 음료를 배치한 걸까? 

 

정육코너 옆에 자리 잡은 와인 매대를 보며 각 섹션 별로 어울리는 와인들을 비치해놓는 것일 지도. 와알못이지만 붉은 육류에는 레드 와인, 해산물에는 화이트 와인이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나이기에... 연계 판매로 이어지기에 아주 좋은 동선인 듯. 

 

치즈 위에도 와인이 있다. 나는 영알못이지만 최소한 치즈와 페어링하기 좋은 와인이겠지! 요새 와인에 빠진 터라 다양한 치즈 종류에 눈이 확 돌았다. 하지만 슬금 발이 아프기 시작한 터라 술을 금하고 있었고 치즈고 나발이고 아이쇼핑만 했다. 

 

해산물 코너와 아마 씨푸드 델리코너로 주정되는 섹션. 요새는 환경보호를 위해 출력물보다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많이 사용하는 추세이다. 홈쇼핑에서도 제작 세트가 아닌 미디어월을 사용하고 식음료점에서도 디지털 액자를 사용하는 걸로 변화하는 추세이며 제발 우리 회사도 그랬으면 좋겠다. 현수막의 미세한 색감차이, 발주 해놓고 변경되는 가격들, 덕지덕지 붙여놓으니 아무리 잘 만들어도 미관적으로 구질 수 밖에 없지 아니한가. 그리고 환경도 좀 생각을 하고. (미안합니다. 현수막 아저씨.)

씨푸드 델리코너 옆에 위치한 다이닝 에리어. 매장에서 구매하고 여기서 취식하는 방식이겠지? 이것도 우리 매장에 도입하면 너무 좋을 듯. 운영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관리가 여간 보통 일이 아니겠지만 꼭 취식이 아니더라도 휴게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오프라인 공간을 소비하기에 훌륭한 이점이 된다. 가장 마음에 든 것은 파도 같은 타일과 조명! 심플하게 연출한 바다의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기대하고 기대하던 주류 코너. 주류면세의 나라, 홍콩에서 술 구경을 안 할 수는 없지요. 이제 갓 와인 20종도 안 먹어본 와린이지만 그래도 품종이나 가격들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미리 서치해보고 간 술을 직접 보자니 구매욕이 돋긴 했다. 그리고 디스플레이가 너무 좋자나. 와인셀러와 쇼케이스, 매대. 모든 게 너무 좋았다. 와인은 내 기준, 따로 꾸밈이 필요 없는 상품 중에 하나다. 병의 형태나 다양한 라벨 자체가 인테리어가 되고 디자인이 되니까.  

그럼에도 잘 정돈된 공간을 보고 있자니 너무 행복한 것. 깔끔한 셀러와 매대들에 꽉꽉 찬 술. 이것이 천국인데 못 마신 나는 그냥 매달린 굴비보며 침 흘리는 꼴... 아푸지 말고 평생 술 마시자. 

시티슈퍼. 이름은 난해하지만 고오급 복합몰에 잘 어울리는 인테리어와 VMD들이 정석의 프리미엄 마켓을 연출하고 있다. 샵인샵처럼 각 섹션별로 포인트를 줘 잘 꾸민 공간들은 이질감 없이 잘 어우러지고 과하지 않은 디스플레이가 온전히 상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여러 매장들을 다니다 보면 덕지덕지 붙어 있는 POP와 가격태그들 때문에 머리가 아플 때가 있다. 가격태그야 당연히 붙어 있는 게 맞지만 그게 A4 사이즈로 가면 또 느낌이 달라진다. 애도 이벤트, 재도 이벤트. 집중이 안 되는 온갖 이벤트와 요란한 가격태그는 정신이 사나워서 도리어 가격이 안 보이는 매직을 일으키는데 각자의 장단점은 분명 있겠지만은 나는 깔끔한 쪽을 선호한다. 요란한 게 저렴하다라는 인식이 있는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을 텐데. 

물론 여기 시티슈퍼는 내가 작업하는 우리 회사의 매장과는 방향성과 콘셉트 자체가 다르지만 소비자에게 판촉을 하는 공간이라는 것 자체는 동일한 결이다. 가격이 실제로 저렴한 것과 저렴해 보이는 것의 차이가 분명히 있고 정말 미끼 상품으로 소비자를 유인할 거라면 집중할 포인트에만 힘을 주는 것도 정답일 텐데 '여기가 제일 싸요'를 온 매장에 붙여 놓은 수산시장이 돼버리면 정작 뭐가 싼 지도 모르고 발길을 돌리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항상 매장을 운영하고 판매하는 이들과 꾸미는 사람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선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 중.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다 보니 확실히 비교 레퍼런스로 두기에는 사뭇 컨셉이나 타겟층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오페라 하우스야, 뭐야. 그렇다고 웰컴마트는 또 아니란 말이지. 그 중간지점을 찾는 게 어렵다만은 그래도 잘 꾸며진 공간에서 다양한 상품들을 구경하는 건 관광지만큼의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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