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볼 전문점, 하이바 경기광주점과 건대점

2024. 1. 28. 08:03creative Passions/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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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내가 느끼는 외식 트렌드를 보자면 디저트야 뭐 말할 것도 없고, 주류 외식업계 쪽에서는 우후죽순 생겨나던 와인바가 한풀 꺾이고 저렴한 안주에 다양한 하이볼을 내세운 저렴한 하이볼 전문점, 즉 역전할머니맥주에 하이볼을 입힌 술집들이 주류인 듯 하다. 역전할머니맥주 같은 저렴한 안주에 2차로 가기 좋은 술집들이 한참 생기는 듯 했지만 이미 굳건하게 자리 잡은 할맥은 이길 순 없었나 보다. 크라운호프나 금별맥주는 생각보다 빠르게 사양길로 접어든 느낌이고, 그런 와중, 하이볼이 맥주의 대체품으로 자리매김하며 하이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다양한 술집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장 생각나는 건 하노이맥주밤거리와 하이바, 오하이요, 마스타하이볼 등이 있다. 하이바와 오하이요, 마스타하이볼은 '여기가 한국이야, 일본이야'하는 감성이고, 하노이맥주밤거리는 말 그대로 하노이, 동남아의 분위기이다. 

하노이맥주밤거리 공식인스타 사진 ㅣ 오하이요 메뉴판 ㅣ 마스타 하이볼 메뉴판

정작 하이볼의 원조는 영국이다. (아는 척) 하지만 우리나라에 하이볼 대중화를 시킨 건 일본 위스키 시장이니 일본 무드를 가져가는 게 문제될 건 없다. 내가 생각해도 영국의 킹스맨보단 일본 야타이 분위기의 하이볼 전문점이 이들이 추구하는 경쟁력과 더 맞아 떨어질 듯. 그리고 하노이맥주밤거리는 '맥주'가 메인에 걸려 있지만 브랜드 소개를 보면 '하이볼이 유명한 맥주집'이다. 두 가지 다 잡으려는 노력일까? 그래도 과일 하이볼을 메인으로 내세우고 있어 국내에서 떠올리는 동남아의 이미지와는 잘 맞아 떨어진다. 

 

흔히 2차용 술집이라 불리는 술집을 그간 할맥이 다 해먹으며 슬슬 기름냄새에 물리던 차에, 마른 안주나 튀김을 벗어난 저가형 안주 구성과 다양한 술로 무장한 가게들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특히나 각 브랜드의 색깔을 강조한 잘 빠진 인테리어와 사인물들까지 더 해져 한 번 정도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끔 한다. 

하이바 메뉴판 (1)
하이바 메뉴판 (2)

하이바는 사실 프랜차이즈인 줄 몰랐다. 경기광주 시내에 공사 중인 걸 보고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어 꼭 가보려 했는데 다 짓고 나니 프랜차이즈라는 걸 알게 됐다. (프랜차이즈 별로 안 좋아해) 단독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2층짜리 술집으로 프랜차이즈고 뭐고 떠나서 인테리어만으로도 눈길을 잡아 끌었다. 근데 대놓고 하이바라 소주가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은 가짐. (소주 팔아요)

노란색 메인 컬러와 레드 포인트 컬러. 빈티지한 일본 느낌 낭낭한 컨셉이다. 귀여운 해바라기가 하이바의 캐릭터 심볼이다. 입구의 라이트박스가 시선을 잡아 끌고, 사진엔 잘 나와있지 않지만 해바라기 풍선이 입구에 배치되어 있다. 훔쳐가고 싶었지만 참았다. 일본의 레트로 무드를 잘 살린 화려하고 키치한 사인물들.

금요일 저녁에 갔을 때 내부는 이미 만석이었고 입구 옆에 천막 쳐진 외부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다행히 안이 따뜻해서 문제될 건 없었다. 갓등이랑 군데군데 붙은 일본 사인물들을 보아하니 외부도 신경 쓴 티가 역력하다. 하지만 정작 테이블이랑 의자가 불편해. 네이버에서 야외 테이블 4인세트 제일 저렴한 거 주문한 느낌. 물론 야외라는 리스크가 있지만... 진정 야타이의 느낌을 내기 위함이었을 지도.

이날은 돼지파티라서 에그인헬이랑 콘소메 치킨을 시켰다. 안주는 막입인 나에게는 아주 맛있었다. 그래도 나보다 미식가인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콘소메 치킨은 안 단 뿌링클의 맛이고, 에그인헬은 영국에다 향신료를 좀 많이 첨가한 인도식 에그인헬 느낌이라고 했다. 적절한 표현력에 동감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내부로도 한 번 갔었는데 내부 인테리어가 훨씬 좋고 자리도 좋지만 그날도 만석이라 눈치 없이 사진을 찍어댈 순 없었다.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더 잘 빠진 느낌. 좌석이 꽤 있는 편이고 다인원도 수용가능한 자리들이 있어 편하게 방문하기 좋다. 

 

그리고 우연찮게 건대점도 방문을 하게 됐다. 2차로 갈 술집을 찾고 있었는데 무난하게 가기 좋은 술집으로 추천했다. 건대점도 소주가 있었다. 다행다행. 건대점는 경기광주점에 비해서는 조그만 느낌인데 우드에 일본어가 붙은 라이트박스를 메인으로 가는 인테리어는 거의 동일하다. 인테리어를 찍었어야지, 안주만 찍은 듯. 레트로한 일본 감성.

 

이건 바질크림이 너무 맛있어서...

최초로 하이볼을 마시는 친구와 함께 가서 하이볼을 맛 볼 수 있었다. 시나몬 맥주 하이볼이라는데 시나몬은 한 방울 정도 들어가서 미세한 잔향이 남는 정도라고 한다. 악평인 듯 하다. 코젤 시나몬 맥주를 기대했다가 시나몬 한 방울 하이볼이 나와서 크게 실망한 듯. 하이볼이야 어찌 됐건 어차피 소주만 마시는 내 기준, 하이바는 역전할머니맥주를 대체할 수 있는 최고의 2차 술집이다. 할맥과는 물론 아주 다른 콘셉트이지만 방향성 자체는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안주나 체류시간에 크게 구애 받지 않고 가볍게 갈만한 술집. 그게 데일리로 자리 잡으면 할맥이 되는 거고, 너무 컨셉터블한 무드와 브랜딩이 질려 부담으로 다가온다면 그냥 한 번 정도 가볼 만한 술집이 되는 거고. 그 차이는 아마 안주 구성과 운영 방식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우선 안주를 즐기지 않는 나로써는 이러한 매장들이 늘어나는 게 즐거운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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